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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낮추면 더 재밌다 — 영화 퍼스트 라이드 리뷰

by 그냥병아리 2026. 4. 18.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를 보러 가기 전부터 기대치를 조금 낮췄다. 차은우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 마케팅이 도배되던 기억이 있었고, 청춘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요즘 들어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게 웃다가 나왔다. 기대를 낮춰서 더 재밌게 느꼈던 건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만의 분위기는 확실히 있다. 왁자지껄한 다섯 명의 케미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여행 영화 특유의 해방감이 스크린 가득 느껴진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에게 갑자기 연락하고 싶어지는 영화다.

2025년 10월 29일 개봉한 퍼스트 라이드는 어린 시절부터 한 몸처럼 붙어 다닌 24년 지기 사총사가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드라마다. IMBC 강하늘과 남대중 감독은 2023년 영화 30일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데 이번에는 김영광, 차은우, 강영석, 한선화까지 합류하면서 캐스팅 자체로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태국 파타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행기인데, 계획에 없던 옥심까지 합류하면서 이들의 여행은 예상한 대로 대환장 속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청춘의 설레는 에너지와 어른이 된 뒤의 복잡한 감정들이 묘하게 뒤섞이는 지점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고, 그 조합이 꽤 잘 어울린다.

강하늘이 영화를 이끄는 중심축이라는 건 보는 내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완벽주의적 엘리트지만 어딘가 허당기 있는 태정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표현해 내는데, 여러 코미디 작품을 거쳐온 강하늘 특유의 코믹 타이밍이 이 영화에서도 살아있다. 차은우는 분량이 많지 않지만 등장하는 장면마다 웃음을 유발한다. 존재 자체가 개그인 연민 캐릭터라 오히려 등장 빈도가 낮을수록 임팩트가 더 강하다. 가장 인상에 남은 배우는 역시 한선화였다. 엉뚱한 짝사랑 캐릭터로 웃음을 주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누구보다 용감하게 행동하는 옥심은, 한선화이기 때문에 가까스로 살아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존재감이 컸다. think 김영광과 강영석도 각자의 자리에서 앙상블을 잘 채워줬다. 다섯 명 모두 과하지 않은 선에서 제 몫을 다했다.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친구들끼리 여행을 떠났을 때 생기는 특유의 분위기를 잘 잡아냈다는 점이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서로를 챙기고, 웃다가 갑자기 진지해지는 그 순간들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해외여행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특히 친구들과 함께라면, 공감할 장면들이 곳곳에 있다. 여행지에서 생기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도 억지스럽지 않고 상황 자체의 코미디에서 웃음이 나온다는 점이 좋았다. 여행 코미디 영화에서 과장된 연출이 오히려 몰입을 깨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 선을 비교적 잘 지킨 편이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실제로 여행 중인 것 같은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후반부에 갑작스럽게 범죄 소재가 개입되면서 영화의 톤이 흔들리는 구간이 있다. 코미디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감동까지 담으려다 보니 각각의 완성도가 희석되는 느낌이 들었다. 차은우의 등장 분량이 마케팅에 비해 상당히 적다는 점도 기대와 다를 수 있는 부분이다. 캐릭터 각각의 사연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채 감정 장면으로 넘어가는 부분도 있어서, 웃음에서 감동으로 전환되는 타이밍이 다소 급하게 느껴졌다. 누적 관객 742,865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결과 IMBC는 이런 아쉬운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 정돈된 편집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총평 : 그럼에도

퍼스트 라이드는 가볍게 웃고 싶은 날, 특히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극장을 찾는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화려한 스케일이나 깊은 메시지보다 사람들 사이에 쌓인 시간의 무게를 웃음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다. 뭔가 대단한 감동을 기대하기보다 그냥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원한다면, 이 영화는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다. 학창 시절 추억이 어딘가에 쌓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기억들을 다시 꺼내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본 시간은 충분히 아깝지 않다.

 한줄 평

“웃다가 공감하게 되는, 친구들과의 가장 현실적인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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